푸른 하늘의 솔로

방과 후 음악실에는 저녁노을이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점차 주황빛을 띠기 시작하면서 낡은 피아노의 그림자가 바닥에 길게 드리워져 있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기타의 목을 다시 잡았다.

문화제까지 일주일 남았다.

현을 연주할 때마다 작년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때도 이렇게 방과 후 혼자서 연습을 거듭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솔로 파트를 망쳐버렸다.

긴장감에 떨리는 손가락이 엉뚱한 현을 잡았고, 그 소리는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는 듯 공간에 울려 퍼졌다.

단 한순간의 사건.

그런데도 그때의 광경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앞줄에서 응원하던 친구의 당황한 표정.

뒷좌석에서 나를 바라보던 시라이시군의 형언할 수 없는 눈빛.

특히 시로이시군의 눈빛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밴드의 보컬을 맡고 있는 그는 항상 완벽한 연주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 앞에서 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물론 그 이후의 부분은 어떻게든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실패는 내 자신감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 후로 문화제 연주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좋아..."

기타 소리가 조용히 음악실을 가득 채운다.

중요한 솔로 파트에 들어가기 직전, 또다시 손가락이 머뭇거렸다.

그 순간, 현을 누르는 힘이 느슨해지면서 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하..."

한숨과 함께 나는 기타에서 손을 뗐다.

창밖으로 동아리 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들의 밝은 목소리는 지금 내게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사사키 씨, 아직 연습하고 있었어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나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 시로이시 군이 서 있었다.

학급에서도 성적이 우수한 그는 평소 남들에게 무관심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남을 칭찬하는 일도 거의 없고, 자신의 연주 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아, 시로이시군... 응, 어제 방과후에도 연습을 했는데, 아직 자신감이 없어서..."

나는 조금 쑥스러운 듯이 대답했다.

시로이시 군은 특이하게도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그 눈빛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졌다.

"어제부터 여기 소리가 들렸어요"

"어?"

"그래? 나는 사사키 씨의 기타를 좋아하는데. 특히 블루스 계열의 곡을 연주할 때."

그 말에 내 심장이 잠시 멈출 뻔했다.

항상 쿨한 얼굴로 완벽한 연주를 하는 시라이시 군이 이렇게 다른 사람의 연주를 평가하다니, 정말 놀랍다.

게다가 그게 내 연주라니.

"하지만 작년에 실패해서... 그때는せっかく 만든 곡의 분위기를 망쳐버려서..."

말이 끊어진다.

시로이시 군은 창가에 다가가 석양에 비친 교정을 바라보았다.

그 옆모습이 평소보다 더 부드러워 보였다.

"작년 일인가. 확실히 실수한 건 맞지만, 다음 곡에서 엄청나게 만회했잖아.

그 빠른 전환 속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해질녘의 음악실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연주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평소 무뚝뚝한 시로이시 군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해주는 것에 은근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실..."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

"나, 새로운 편곡을 구상 중인데... 한번 들어볼래?"

말을 마치는 순간, 나는 내 자신의 대담함에 놀랐다.

시로이시 군은 조금 생각에 잠긴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내 심장이 또다시 격렬하게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드물게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들려주세요"

그 한마디에 내 안의 무언가가 바뀌었다.

긴장감은 확실히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작년과 같은 뒷걸음질 치는 긴장감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일이 시작될 것 같은, 그런 예감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기타를 다시 잡았다.

그리고 손가락을 미끄러뜨리기 시작했다.

평소 연습보다 더 자연스럽게, 소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가끔씩 시로이시 군을 힐끗 쳐다보면 그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나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연주가 끝나자 짧은 침묵이 흘렀다.

석양은 더욱 기울어지고 음악실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따스한 빛 속에서 두 사람은 말을 찾고 있었다.

"좋아요"

시라이시군의 한마디는 간결했지만, 그 말에는 분명한 무게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 문구"

그는 구체적인 제안을 시작했다.

평소 무심한 태도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진지한 태도에 나는 조금 놀라면서도 반가움을 느꼈다.

그 날부터 우리는 방과 후 새로운 편곡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로가 서로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음악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말이 늘어났다.

어느 날 내가 기타 줄을 조율하느라 애쓰고 있는데, 시라이시군이 자연스럽게 도와주었다.

그 제스처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조금 놀랐다.

그의 손가락이 현에 닿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의 의외의 부드러움을 느꼈다.

그 순간 음악실의 공기가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사사키 씨, 이 구절을 좀 더 자유롭게 연주해 보세요."

연습을 시작한 지 2주째 되던 날의 일이다.

내가 같은 문구를 반복하며 완벽을 너무 많이 추구하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잘못하면..."

"실수를 너무 두려워한다"

시라이시군의 말투는 평소보다 조금 더 강한 어조를 띠고 있었다.

"음악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 때의 감정이나 그 사람다움이 드러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 말에 나는 뭔가 중요한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완벽을 너무 추구하다 보니 자신의 음악을 옭아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마음속 무언가가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사키'

갑자기 시라이시군이 '씨'를 붙이지 않고 내 이름을 불렀다.

"어?"

"역시 사사키가 더 자연스러워요.

...사사키의 연주는 정직하고 솔직해요. 그래서 말할 때도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어요."

그 순간 내 안에 무언가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호칭의 변화 이상의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그 후로 연습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때로는 과감하게 새로운 프레이즈를 시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완전히 즉흥적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실패도 많았지만, 그 두려움은 점점 사라져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졌다.

어느 날은 내가 연주하던 곡의 원곡인 블루스 이야기로 흥을 돋우며 귀갓길을 함께 한 적도 있다.

평소 무뚝뚝한 그는 음악 이야기만 나오면 놀라울 정도로 말이 많아진다.

그런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될 때마다 내 마음은 은근히 설레었다.

시로이시 군과의 대화는 어느새 음악 외의 이야기로도 확장되었다.

미래의 꿈과 일상의 사소한 일들까지.

그런 무심한 대화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문화제 이틀 전.

해질녘 음악실에서 우리는 마지막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야, 시로이시군"

"응?"

"음악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창밖으로 비치는 석양을 바라보며 나는 계속했다.

"작년에는 실수하는 게 무서워서 제 소리를 내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실수하더라도 그마저도 내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시로이시 군은 묵묵히 듣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에는 확실한 빛이 있었다.

그 순간 우리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평소보다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문화제 당일.

아침부터 가슴이 왁자지껄한 느낌이 퍼져나갔다.

하지만 작년과 같은 불안감과는 달랐다.

새로운 나를 보여주는 것에 대한 왠지 모를 기분 좋은 긴장감이었다.

무대 위에서 마지막 조정을 하고 있는데, 시라이시군이 다가왔다.

'사사키'

"응?"

"즐기세요"

단 한 마디.

하지만 그 말이 내 안의 마지막 불안을 녹여주는 것 같았다.

"네, 감사합니다"

객석으로 시선을 돌리니 기대에 찬 눈빛이 무수히 빛나고 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기타를 잡았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보다 자신의 소리를 전달하는 것에 마음이 뛰고 있다.

푸른 하늘 아래, 내 기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관객들의 표정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무대 옆에서 살짝 미소 짓는 시라이시 군의 모습이 신기하게도 용기를 주었다.

솔로 파트가 다가왔다.

손끝에 집중하면서 나는 은근히 미소를 지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분명 무언가의 시작일 것이다.

나의 소리가 푸른 하늘을 향해 뻗어나간다.

그리고 그 소리는 분명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을 것이다.

그날 방과 후 음악실에서 시작된 작은 도전은 이제 큰 날개가 되어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보다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

나의 기타는 오늘도 푸른 하늘 아래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연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음색 속에는 분명 누군가를 향한 특별한 마음도 은은하게 녹아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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